안녕하세요, 돈 버는 취미 구리 입니다. :)
여러분들은 가계부 작성하시나요? 저는 꽤 오랫동안 가계부를 작성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썼던 것들은 가계부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문자를 기반으로 자동 작성되는 가계부 앱을 썼는데 직접 기록을 하지 않다보니 "뭐야 이번 달 뭘 이리 많이 썼대", "뭐지 이건 왜 쓴거지?"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였습니다. 신나게 쓰고 반성없는 기록. 신나게 쓰고 반성없는 기록. 가계부이기보다는 지출일기,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신랑의 급여까지 제가 관리했는데, 초반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찰나같이 짧았던 신혼시기에는 사정상 저는 친정에서 출퇴근을 하고, 신랑은 회사 기숙사에서 살아 주거비와 식비, 생활비 전반이 들지 않았던 반쪽짜리 생활비였거든요. 그러던 중 신혼집이 생기고, 아이가 태어나고, 제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우리집의 본격적인 가계부가 시작되었습니다.
편리했던 가계부 앱은 지우고, 가계부 책을 구입했습니다. 휴직 중이라 신랑 명의의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데 문자 기반인 제 가게부앱에는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자연스러운 이별이었습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외벌이로 인해 소득이 반토막난 상황이라 절처한 지출통제가 필요했고요.
저는 친정에서, 신랑은 회사 기숙사에서 살아와서 한번도 내지 않았던 관리비, 식비, 생활비 등등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항목들이 튀어나오니 꽤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엄마한테 빌붙어 살면서 생활비 명목으로 30만원 보낸 게 참 얄팍한 돈이었구나, 한 가계 = 한 가정에 들어가는 돈이 이렇게 많았던거야? 다 제가 먹고 썼던 돈이었는데 엄마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모르고 살았던 거였죠. 가계부를 쓰면서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감정이 들었습니다. 제 가정이 생기고나서야 빠뜻한 생활비에 늘 쫓기듯 살아왔던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던 거죠.
가계부에 대한 고민다운 고민이 시작된 외벌이 기간, 참 많이 도움 받았던 게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라는 카페였습니다. 한정된 수입 금액에서 아무리 지출통제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습니다. 수입, 그 자체가 늘어야 했는데 재테크 카페 덕분에 다양한 부수입을 만들어갔습니다. 적립금과 포인트로 물건 구입하는 앱테크, 상품권으로 수익을 올리는 상테크, 안 쓰는 물건에 대한 중고거래, 이벤트로 받은 모바일상품권 판매, 그렇게 1년 넘게 활동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그 뒤에는 제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카페 내에서 정보를 얻지 않고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고요. 설문조사, 패널활동, 그리고 육아휴직 중이라 따로 외출할 일이 없었는데 늘 주말마다 차려입고 나가는 하객알바도 월 10만원 씩 벌게 해준 소중한 부수입 중 하나였습니다.
혼자였을 때는 뮤지컬에 빠져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무조건 티켓팅(회차당 10여만원 소요;), 여행에 빠졌을 때는 수시로 국내여행 다니고, 1년에 4번 해외여행, 1번 갈때마다 300~500만원씩 지출, 야구 빠졌을 때는 매일 퇴근해서 택시타고 야구장가고, 한국시리즈는 경기장 앞에서 티켓 구하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 지인들 만나면 밥 사고 커피 사고, 선물도 주고, 과금형 온라인게임도 하고, 음원사이트 매월 결제하고 콘서트가고, 아 몇천만원 학비를 내고 대학원도 갔네요. 그렇게 지출 플렉스였던 제가, 이제는 숨 쉴때마다 돈을 줍고 있습니다. 10원, 20원...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소중하게 말이죠. 결혼하고 가계부를 쓰고, 지출을 통제하고, 소비와 수입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그러면서 저는 돈 쓰는 취미에서 돈 버는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 조금씩 써볼려고 합니다.